[2023원주옥상영화제] 상영작 선정의 변

공지사항

[2023원주옥상영화제] 상영작 선정의 변
2023-07-13 18:07:00

영화제가 작품을 만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영화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초청하거나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틀고자 영화제에 출품하거나. 전자가 주를 이루었던 우리는 어느새 상영을 희망하는 작품들이 먼저 찾는 영화제로 천천히 바뀌고 있습니다. 단편의 경우, 약 360편 중 과반이 공모를 통해 만난 작품들로 처음으로 초청을 앞섰습니다. 더딘 듯 하나 분명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프로그램팀은 3월부터 부지런히 작품을 맞이했습니다. 장편까지 더해 400여 편의 작품을 통과하여 마침내 23편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개막 섹션인 <강원단편선>은 올해도 시민들이 직접 선정하였습니다. 열 명의 시민들은 시민프로그래머가 되어 10주간 영화제 프로그래밍을 익혔습니다. 그 감각을 발휘하여 개막작으로서 옥상 상영의 첫 포문을 열기에 더할 나위 없는 다섯 편이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극영화의 활약이 돋보였는데요. 이는 극영화 제작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이 팀의 형태로 안정되게 꾸려졌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간 활발히 진행된 도내 지역별 제작워크숍, 지역영화 네트워크 기반의 왕성한 교류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개막 섹션을 통해 지역성이 돋보이는 도내 작품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전국에서 길어 올린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옥상단편>은 시각적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즐비합니다. 시각적 서사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때로 무빙 픽처스(moving pictures)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화의 속성에 힘입어 올해는 전보다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화면들을 소개합니다. 미학적 날을 세우면서도 작은 목소리를 위한 작품들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키려는 마음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공고해 보이는 믿음의 붕괴는 사소한 순간에서 비롯됩니다. 간직하고 드러내며 반문하는 이야기들을 만나보시죠. 올해 우리는 감독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이야기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장편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모두밤샘>에서 만나볼 인물들은 매우 역동적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쟁취하기 위해 투쟁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모래바람과 화염을 뚫고 질주하거나 구조적인 성차별에 성난 파도가 되고, 자기 뿌리에 다가가고자 기꺼이 의식 너머로 떠납니다. 이들에겐 정체도, 타협도 없습니다. <옥상장편>은 옥상에서 선보이는 유일한 장편이기에 선정에 가장 공을 들였습니다. 패러디를 표방한 영화는 원작의 윤곽은 가져가되 감독의 확고한 스타일과 인천 감성으로 채색된 21세기 도시형 서부극입니다. 뻔뻔한 설정과 조악한 연출의 기저엔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순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발칙한 고백을 받아주세요. 저항 없이 웃는 당신이 일류입니다. 한 해에 만들어지는 국내 단편영화는 1,500여 편에 이릅니다. 흥행 공식과 자본에 큰 영향을 받는 장편과 달리 단편은 감독 특유의 창조력이 극대화되면서 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형식일지도 모릅니다. <특별상영>도 놓치지 마세요. 단편 전성시대를 맞이하기까지 행렬의 선두에 선 작품은 단편은 단지 장편의 발판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만합니다. 형형색색 화면의 중심엔 ‘사람’이 있습니다. 스물세 번 스크린과 만날 동안 우리는 온갖 군상과 만납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대립’입니다. 의도적인 앵글, 얽힌 시선, 팽팽한 대화. 영화는 갈등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나의 세계와 당신의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을 함께 지켜봅시다. 보기 좋게 뒤틀린 이 세계는 생각보다 안전하답니다. 여름의 끝, 달의 극장으로! - 2023원주옥상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이효정 -